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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 일일연속극 방송] 능수엄마 3회




<제3회>(2011.11.3.)




능수 엄마





원작 김 용 만


극본 조 영 훈


연출 임 종 성






나 오 는 사 람 들



기 용 사무총장


능수 엄마 대변인


미스 강 국회의원


총 재 해 설








M 시그널


해 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주방에서는 끝내기 청소가 한창이었다. 홀 팀이 새로 들어오는 손님을 정중히 돌려보냈다. 미스 강의 얼굴 표정이 명랑해 보이지 않았다. 굳어 있다.


기 용 (혼잣소리) 피곤해서만은 아니야. 능수엄마 때문에 온 하루를 종 종걸음 했는데 이제 와 능수엄마가 다시 떡 나타났으니 왜 기분 이 안 그렇겠어. 뭐라 위로의 말이라도 해줘야겠어. (소리 내어) 미스 강.


미스 강 네, 사장님.


기 용 앞으로 미스 강이 더 바짝 정신 차려야 할 거야. 미스 강이 더욱 책임감을 가져 줘.


미스 강 네.


기 용 미스 강이 버텨주니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고단할 텐데 어서 퇴근해.


미스 강 사장님.


기 용 응, 왜.


미스 강 제 염려는 마세요.


기 용 그래, 고마워. 어서 가 봐. 택시 잡아 줄까.


미스 강 아녜요. 제가 나가서 잡을 게요. 사장님. 그럼 내일 뵈요.


기 용 응, 그래. 가봐. 어서.


해 설 미스 강을 보내고 이제 휴게실로 가서 능수 엄마를 만나는 일이 남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기용씨는 의리나 신뢰 같은 덕목만 을 끌어안고 살아온 자신이 조금 후회스럽기도 했다. 휴게실로 향 하는데 저만치 능수엄마가 나오고 있었다.


E 발소리 ON


기 용 (사이) 왜 집에 가게?


능수엄마 네. 집에 갈랍니더.


기 용 그래. 아무 생각 말고 오늘은 이만 집에 가 쉬도록 해.


능수엄마 사장님이 택시 잡아 주이소. 피곤해서 지는 나가서 제대로 걷기나 할지 모르겠심더.


기 용 택시보다도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


능수엄마 아입니더. 택시 타고 갈 기라예. 사장님은 그냥 택시나 잡아 주 이소.


M 브릿지


E OFF에서 사람들 웃음소리


능수엄마 (OFF) 어서 오세요.


미스 강 (OFF) 어서 오세요.


능수엄마 (OFF) 오랜만이라예, 사장님. 그동안 와 그렇게 발걸음을 딱 끊으 셨능교. 이 능수엄마 이제나 저제나 사장님 기다리느라 황새 모가 지 안 됐습니꺼. 보소. 이 모가지 늘어난 거 예...


M 경쾌한


E 왁자한 식당 분위기


E OFF에서 사람들 웅성거림


해 설 이번에는 국회의원이었다. 뉴스 시간에 자주 보아온 얼굴들이었 다. 일곱 개의 금배지가 형광불빛에 반짝였다. 그 중에는 당총재 도 있었다.


능수엄마 (낮고, 다급한) 어카지예, 사장님. 자리가 꽉 찼어예. 방금 전에 휴 게실에도 손님 받았구예.


기 용 (역시 소곤대는) 그래? 그럼 보일라실 옆에 구석방으로 모셔.


능수엄마 우리 옷 갈아입는 방 말이지예?. 지저분할 텐데예. 메밀가루 고춧 가루로 떡칠한 주방 식구들의 옷도 주렁주렁 걸려있고 어지럽기 가 말이 아닐 텐데예.


기 용 그럼 어떡해. 의원님들 하고 총재님을 홀에 세워둘 셈이야? 양해 구하고 어서 모셔.


능수엄마 네, 사장님.


해 설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었다. 방은 대강 치우고 밥상을 가져다가 상판에 백지를 깔게 하고 방석을 가져다 깔았다. 총재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자리에 둘러앉자 기용씨는 정중히 예의를 차렸다.


기 용 죄송합니다, 총재님. 총재님을 이런 지저분한 곳에 모셔서...


총 재 (웃으며)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이 집에 와서 이렇 게나마 자리 잡은 게 얼마나 다행이오.


기 용 예? 다행...이요?


E 일동, 웃음


국회의원 예, 총재님 말씀이 맞습니다. 문전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은 게 진 짜 다행이죠.


기 용 죄송합니다. 모처럼 총재님도 오시고 편히 모셔야 하는데 오늘 따 라...


총 재 (OL) 글쎄, 괜찮대도 그러오. 그러지 말고 주인장도 여기 앉으시 오.


기 용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국회의원 사양 말아요. 총재님께서 묻고 싶으신 말씀도 있고 듣고 싶으신 것도 있으니까.


기 용 예, 그럼...(엉거주춤 앉는)...


총 재 자, 내 술 한잔 받아요.


기 용 네.(사이)


E 잔에 술 따르는 소리


기 용 (받으며) 고맙습니다.


총 재 개업한 지 얼마나 됐소?


기 용 삼 년 넘었습니다.


총 재 부인 솜씨가 좋으신 모양이오.


기 용 솜씨보다 애를 쓰고 있습니다. 맛도 정성에 달렸거든요.


총 재 맞는 말이오. 정치도 정성이 필요한데...들어올 때 봤는데 복도를 헤집고 안내하고 다니던 분이 부인이신가요?


기 용 예, 그 사람은 마담 역할을 하는 직원입니다.


사무총장 대단한 소비스요. 인사새나 표정이 어쩌면 저리도 밝소. 이 집은 음식맛도 그만이지만 분위기도 마치 고향집에 온 것처럼 편해요.


해 설 사무총장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지쳐 있고, 쉬고 싶은 표정이 역 력했다. 총재가 사무총장의 잔을 받았다.


E 잔에 술 따르는 소리


총 재 (잔 받으며) 오늘은 모두 쉬러 온 거니 주인장의 얘기나 들어봅시 다. 대체 손님을 끄는 비결이 뭐요?


해 설 이런 질문은 그동안 수도 없이 받아온 질문이었다. 그러나 모처럼 찾은 총재의 물음인 만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기 용 저는 우리 업소를 단순한 식당이 아닌...어떤 신비스런 업소로 이 미지를 꾸며가고 있습니다. 손님 많은 집...유명한 집...그 정도로 는 양이 차지 않습니다. 조금 아까 사무총장님께서 고향집 같은 분위기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제 업소를 어머니의 품속...친구 하숙방...회사 사무실...그렇게 세 가지 유형의 이미지를 갖도록 노 력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성격, 취향, 입장을 먼저 파악해서 세 가지 유형 중 한 가지에 친숙해지도록 유도하죠. 외람되지만 총재 님께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총 재 질문이라...어려운 질문은 사절이오.


기 용 갓난아기도 엄마의 품속은 알아보는데 왜 그럴까요?


총 재 그야...엄마의 품속에는...애정이...가득하니까...


기 용 표현이 아주 시적이십니다. 그렇죠. 애정이 가득한 품속...손님들 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우리 업소가 바로 포근한 어머니의 품속이죠. 일에 지친 사람이나 근심에 찌든 사람도 편안히 음식을 드실 수 있는 휴식처...애기가 모유를 물고 빨듯 말입니다. 그렇다 면 손님들에게 어머니의 품속을 어떻게 만들어 주느냐...그게 바로 손님을 신비롭게 맞이하는 방법일 텐데...그건 너무 다양하니까 생 략하기로 하구요...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대변인 얘기가 아주 재미있어집니다.


총 재 대변인은 좀 가만있게. 어서 말해 보시오.


기 용 아시다시피 이 지역은 공장이 많고 태반이 수출업쳅니다. 그러니 분임조별로 야간작업이나 퇴근할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끝내면 회사에서 회식비를 받는 경우가 많겠죠. 그때 조원들은 어느 집으 로 갈까를 놓고 의견이 나뉘게 될 것입니다. 그중에는 저희 업소 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저를 잘 아는 조장이면 이렇게 나설 것입니다. 그래도 청산옥이 제일 나아...그 집 사장이 나한테 꺼뻑 죽거든. 그리로 가야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어. 값도 싸고 분위기도 좋고...조장은 그런 식으로 조원들을 설득해 앞장을 서겠 지요. 그 조장은 청산옥에 들어서자마자 사장인 저를 찾을 테고... 저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반말을 던질 것입니다...어, 여기 열다섯 명...고기는 알아서 주시고...그러면 저는 일부러 큰소리로 직원을 불러서 호들갑을 떨죠. 김조장님 오셨다...이층으로 모시고...고기 는 젤 좋은 걸로 내가도록....


총 재 김조장의 호기가 눈에 선하오, 그려.(웃는)


E 일동 따라 웃는다


기 용 그런 뒤에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그 자리에 끼어들면 조장은 틀 림없이 제게 술잔을 내밀겠죠. 저는 한 모금....받아서 마시는 시 늉만 내고 직원을 다시 부릅니다. 어이, 김군. 여기에 콜라 일곱 병 내도록....저는 술을 얻어 마신 핑계를 대고 음료수를 그렇게 또 대접하는 거죠. 그렇게 분위기를 띄워 주고 나서 일행 중에 표 정이 삐딱한 직원을 골라내...일부러 술잔을 내밀며 우리 집에 섭 섭한 거 있어? 하고 속을 떠봅니다. 술김이라 십중팔구는 고백하 게 마련이죠. 여직원이 손님에게 차별대우 한다든가...대개 그런 거죠. 저는 그 불만을 해소해주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서 그에게 덕 담 한 마디를 던집니다. 아직 충각일 텐데, 시시한 여잔 상대하지 마. 골라도 멋진 여잘 고르란 말이야.


대변인 예? 멋진 여자요?(웃는)


E 일동 웃음


사무총장 그러니까 그 삐딱한 직원의 자존심에 물을 끼얹은 셈이군. 너는 수준 높은 사낸데 시시한 여자와는 말도 섞지 마라...기막힌 전술 이지. 아주 뛰어난 화술이오. 그러니까 손님을 가지고 노시는군.


총 재 사무총장 말이 맞소. 그렇게 말하면 안 넘어갈 장사 없지. 자, 주 인장. 한 잔 더 받으시오.


해 설 총재가 또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기용씨는 공손히 잔을 받으면서 이만 자리를 뜰 생각을 했다. 계속 남아 있다가는 주인에 대한 신 비성...즉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없었다. 주인이 보잘 것 없는 존 재로 이미지가 추락하면 음식도 권위를 잃게 되는 것...중용의 도 를 실천하는 순간이었다.


M 브릿지


E OFF에서 왁자한 손님들 웃음소리


해 설 청산옥의 구조는 출입문을 열면 홀이 있고, 홀에서 여러 온돌방으 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청산옥이 일반 업소와 다른 점은 저녁 피크타임에는 홀 팀의 역할 분담이 두 패로 갈라진다는 데 있었 다. 즉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을 방까지 모시고 가서 테이 블을 배정해주는 안내 팀과, 방에서 손님을 인수하여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주는 서빙 팀이 그것이었다.


기 용 (훈시조) 능수엄마와 미스 강이 맡고 있는 안내 역할은 우리 집처 럼 손님들이 많아서 줄서야 하는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특수직 중 에서도 아주 특수직종의 하나야. 안내역할이 어느 정도 중요하 냐...안내 팀은 빈 좌석을 한 눈에 꿰뚫고 있어야 하고...손님이 들 어서면 그 숫자에 맞춰 신속히 좌석을 배정해 해야 하지. 그래서 손님이 겉잡을 수 없이 밀려 들어와도 쏜살같이 뛰어 다니며 어 서 오세요,를 외치고 그러면서도...그 인사가 예의치례에 불과한 허례가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해. 진심으로 당신의 왕림을 환영하며 지금부터 당신의 종이 되겠나이다...그런 마음이어야 하는 거지.


능수엄마 다 알고 있어예. 그래서 미스 강캉 내캉 그래 뛰어다니지 않습니 꺼.


기 용 내가 지금 말하려는 건 일에 임하는 자세야. 일에 실수가 없으려 면 앞만 보는 눈을 가지고는 안 돼. 뒤를 볼 수 있는 눈이 하나 더 있어야 된다구. 손님을 모시고 방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밖에 서 들어오는 손님을 볼 수 있는 눈...


능수엄마 (건성) 네에.


기 용 그러니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야 해. 앞을 보면서도 등 뒤 에 나타난 손님을 봐야 한다구. 알겠어?


능수엄마 네.


미스 강 (동시에) 네.


기 용 성공하려면 그러니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야 한다 이 얘기 야.


능수엄마 네에.


미스 강 (동시에) 네. 알았습니다.


기 용 내 말이 듣기 싫은 모양이지?


능수엄마 아이라예.


미스 강 아닙니다.


기 용 그런데 왜 대답들이 그렇게 후해.


능수엄마 말씀은 알겠는데예.


기 용 말씀은 알겠는데?


능수엄마 눈이 얼굴에 달렸는데 우째 고개를 안 돌리고 뒤를 볼 수 있능교.


기 용 (짐짓) 그러니까 뭐야. 능수 엄마는 도저히 뒤통수엔 눈을 달 수 없다 그 얘기 아냐?


능수엄마 참말로 될 일을 시켜야제 우째 안될 일을 시킵니꺼.


기 용 이 바보야. 일에 미치다보면 뒤통수에 눈은 절로 생겨. 생기게 돼 있어.


능수엄마 눈이 생긴다꼬예?


기 용 그래.


능수엄마 참말로 이해 못하겠심더. 아무리 미친다캐도 우째 뒤통수에 눈이 생기겠능교.


기 용 이런 무식한...미스 강은 알아듣는 눈친데 능수엄마는 왜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능수엄마 미스 강은 안다꼬예? 니는 증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미스 강 대강은...


기 용 능수 네가 제대로 미치지 못해서 그래. 네가 제대로 미쳐봐라. 뒤


통수에 눈이 안 생기나. 눈은 얼굴에만 달린 게 아니야. 뒤통수에 도 달릴 수 있어. 앞에 달린 눈은 육체적인 눈이고 뒤통수의 눈은 정신적인 눈인 게 다를 뿐이지. 항상 손님이 뒤에 있다고 의식하 면 뒤통수에 눈은 절로 생기게 돼 있어. 영화에서도 봤지? 뒤에 검객이 지나가도 적의 비수를 탁 막잖아.


능수엄마 봤어예.


기 용 비수를 막을 수 있는 건 잠을 잘 때도 가슴을 노리는 적의 비수 가 느껴지기 때문이야. 그만큼 무술에 미쳐 있으니까 자다가도 비 수를 느낄 수 있는 거라구. 알았어?


능수엄마 (힘있게) 네에.


기 용 대답이 시원한 걸 보니 이제야 좀 알아듣는 것 같군.


능수엄마 (크게) 네에...


E 세 사람 웃음


M 브릿지


해 설 영업이 끝날 무렵 기용씨는 휴게실로 들어가 소파에 누웠다. 퇴근 하기가 힘들만큼 몸이 무거웠다. 십여 년 만에 처음 겪어보는 몸 살기였다. 날마다 일에 치어 아플 겨를도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 이었다. 능수엄마 일이 자신도 모르게 큰 충격으로 작용한 모양이 었다.


기 용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꼭 늪에라도 빠진 느낌이야. 끝없이 가라 앉기만 하는 거 같은 게....정신은 오히려 말똥말똥해지고...술이라 도 한잔 할까.


E 전화기 들고...다이얼 돌리는


기 용 이봐. 카운터지? 난데. 휴게실로 맥주 한 병만 보내줘. 수고해.


E 전화기 놓고


기 용 (다시 소파에 눕는)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술 말고 몸살 약이나 먹을까.


E 휴게실 문 여닫히는 소리


해 설 이윽고 휴게실 문이 열리며 능수엄마가 쟁반에 마른안주와 유리 컵과 맥주 한 병을 챙겨 들고 들어왔다. 기용씨는 지그시 눈을 감 은 채 그녀가 나가주기를 기다렸다.


기 용 뭐해. 나가지 않구.


E 병 따는 소리


E 잔에 맥주 따르는 소리


능수엄마 어데 편찮으신교.


해 설 기용씨는 고개만 끄덕여주고 아예 창 쪽으로 돌아누웠다. 길건너 사우나 옥상 위로 명멸하는 네온 불빛이 보였다.


능수엄마 솔직히 털어놓겠심더.


기 용 ....


능수엄마 와 대꾸를 안 하십니꺼.


기 용 뭘?


능수엄마 지한테 공갈쳤심더.


기 용 ....


능수엄마 그 자가 사진을 봬줬심더. 노상무캉 여관 앞에서 찍힌 사진입디 더.


기 용 여관 앞에서?


M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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