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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 일일연속극 방송] 능수엄마 5회



<제5회>(2011.11.5.)




능수 엄마






원작 김 용 만


극본 조 영 훈


연출 임 종 성






나 오 는 사 람 들



기 용 직원 2


능수 엄마 남자 1


미스 강 남자 2


한 규(40중반. 기용의 친구) 소리1, 2, 3


직원 1 해 설










M 시그널


E 식당 소음(갈빗집)


기 용 그만하지. 한규 네가 얘기하는 게 하도 실감나게 해서 듣기만 했 는데 뭐 좋은 얘기라고. 죽을둥 살둥 남 고생한 얘기...


한 규 그래서 야들한테 들려주는 기 아이가. 인생 공부 되라꼬. 산 인생 공부. 그 인생의 주인공인 니 앞에서...바로 니 앞에서 말이다...


직원1 그래서예? 그래서 어캐 됐는데예?


한 규 보레이. 야들이 이렇게 더 듣고 싶어하잖나 말이야. 그래서는 머 가 그래서꼬. 살았으니까네 오늘 날 서울에서 젤 가는 음식점의 사장도 되고, 지금 이 자리에도 와 있는 거 아이가.


E 술 벌컥벌컥 들이켜고


한 규 그렇게 바다에 뛰어들라꼬 갔지만서도 아부지캉 눈먼 어무이를 남겨두고는 영 결심을 실천할 수가 없능기라. 그래갖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경찰관 모집 광고 방송을 안 들었나. 느그들 야가 경찰시험 신체검사 받을 때 체중은 모자라고...우쨌는 지 아나?


직원들 우쨌는데예?


한 규 합격체중이 55킬로 이상인데 53킬로밖에 안 나가는 기라. 그캐서 판정관 의사가 물을 마시고 오라캐서 양은대접으로 세 대접을 마 셨는데 달아보니까네 54.2킬로밖에 안 나기는 기라. 판정관이 엉 덩이를 탁 치며, 한 그릇 더 캤능기라. 그캐서 퍼뜩 한 대접을 더 들이키고 달아보니까네 저울침이...


직원1 예, 저울 침이예...


한 규 저울 침이...55킬로에서 대롱대롱하는 기라. 그래 합격했제.


E 박수치며(혼자)


직원2 축하합니더. 결국 합격하셨네예.


한 규 이눔아 무신 소리하고 있노. 합격했으니까네 경찰관 생활도 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제. 벌써 이십년도 더 된 얘기구마...


직원2 예. 그렇네에.


한 규 충청도 촌놈이 우째 그래 지독했던지...그래갖고 합격판정 받고 나 와서 토하고...졸도하고....


E 여럿 웃음


기 용 됐다. 이제. 얘기는 그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


한 규 그럼 술 마셔야지. 술 마시러 와서 고사나 지내 되겄나. 거, 잔들 채우자이...


E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며


E 여기 저기 술 따르고 마시는 소리


한 규 잠깐 내 말 듣거래이. 느그들 은제든 시간 나모 이 친구한테 경찰 얘기 해달라캐라. 기막힌 얘기가 무궁무진 산더미처럼 쌓였는기 라. 알았제?


M 브릿지


해 설 점심 장사를 마치고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전 잠시 한가한 시간 이다. 미스 강이 어렵게 구한 차라며 담양 죽로차를 한잔 내 와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능수 엄마가 끼어들었다.


E 휴게실 문 열고 닫히는 소리


능수엄마 (ON되며) 어머, 얄궂데이. 내만 빼놓고 무슨 얘기를 그리 재미나 게 하고 있능교.


미스 강 재미나는 얘기는 무슨 재미나는 얘기...사장님한테 우리 청산옥 개 업했을 때 얘기 듣고 있었는걸요.


능수엄마 개업 얘기? 와 그런 중요한 얘기를 내만 쏙 빼놓고 미스 강 카고 만 하능교. 내한테도 들려주이소. 이제까지 한 거 말고 첨부터 다 시. 다.


기 용 (웃으며) 다고 뭐고 없어. 그냥 그때 생각이 나서...


능수엄마 사모님한테 전에 한번 들었는데 첨에 가게 냈을 때는 되게 협소 하게 시작했다카던데예.


기 용 말해 뭐해. 복덕방 소개를 받고 가게를 둘러보니까 누가 와서 구 정물이라도 버릴 만큼 지저분한 골목에 위치한 데다가 평수도 좁 고 천정에서는 물까지 떨어지는데...


미스 강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시고...보셨으면서 계약하실 생각을 하셨어 요.


기 용 그러니 어떡하나. 임대료가 써서 여기밖에 마땅한 장소가 없는걸. 밑천이 밑천인지라 위치 좋은 가게는 그림의 떡이었구...아무튼 가 게를 계약하고 잔금을 치르는 동안 아내와 나는 막국수 맛을 보 러 강원도 일대를 뒤지고 다녔어. 춘천과 동해안은 물론 처가가 있는 양구 산골까지 소문난 막국수집이면 빼놓지 않고 찾아다녔 지. 돈을 주고 사먹는데도 꼭 도둑질하는 심정이었어. 어떻게나 눈치가 보이던지.


능수엄마 눈치예?


기 용 어떻게 눈치를 안 볼 수 있어. 젓가락으로 몰래 다진양념을 헤쳐 보기도 하고, 양념을 국수와 비비기 전에 국수 가닥을 이로 잘라 보기도 했는걸. 양념이 특색이 있는 식당에서는 비닐봉지에 담아 와 분석해 보기도 했어.


능수엄마 네에.


기 용 지역마다 맛이 다르고 집집마다 맛이 달랐어. 양념 맛이나 사리의 색깔과 씹히는 느낌도 달랐지. 육수를 내는 재료도 달랐어. 맛만 해도 그래. 소문난 집보다 이름 없는 집의 막국수가 더 나은 경우 도 많았어.


미스 강 그래서 여기저기 다니며 드셔보시고 내린 결론이 어떤 거였어요? 기 용 결론이야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지. 내가 누구 맛을 흉내내기보다 는 우리 나름의 새로운 맛을 고안해내자...


미스 강 네에.


기 용 메밀만 사용해도 씹는 맛이 설고...전분을 많이 써도 너무 질기고 미끄러워서 막국수답지 않지. 배합의 비율을 어떻게 맞춰야 제 맛 이 날지 실험을 반복했어. 지금도 여행할 때나 일부러 먹어보러 갈 때나 집집마다 배합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 배합에 의한 국수의 맛이야 말로 집집마다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지.


해 설 메뉴가 최종 확정되고 가게 잔금을 치르자 곧바로 시설 작업에 들어갔다. 식탁, 주방집기, 냉장고, 간판 등을 장만하려면 돈이 모 자랄 것 같아 홀이나 주방은 기용씨가 직접 꾸미기로 했다. 모래, 시멘트, 벽돌, 목재 등 자재 값 말고는 인건비는 아내와 둘이 때 울 작정이었다.


기 용 아내는 체로 모래를 치고 나는 쇠손으로 발라서 벽과 부뚜막을 만들었지. 인근 식당 주인들이 서툴기 짝이 없는 내 솜씨를 보고 걱정해주기까지 했어.


남자1 (에코) 기술자를 대지 않고 제대로 꾸밀 수 있겠소?


기 용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물이 새는 천정에 함석을 대고 도배를 했 더니 울퉁불퉁한 게 보기에도 보통 흉하지 않았으니까.


능수엄마 요즘 같으모 그기 또 훌륭한 실내장식이 될 텐데예.


기 용 한가한 소리 마. 나한테는 물이 새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절체절명 의 명제였어...이런 말을 한 사람도 있었지.


남자2 (에코) 이런 곳에 손님이 올까요. 전기세나 벌지 모르겠소.


기 용 이웃들의 걱정이 고마웠지만 그건 이미 기득권을 쥔 승자의 여유 에 다름 아니었어. 아닌 게 아니라 내가 개업 자리를 잡은 주변으 로 대형식당과 전문집들이 즐비했지. 그중에는 자기 건물에다 차 린 식당이 대부분이었어. 손바닥만한 남의 구멍가게 자리를 세 얻 은 나로서는 도저히 상대가 안됐지. 오죽했으면 전기세를 다 걱정 해 줬겠어.


미스 강 그랬겠죠. 경계의 대상은커녕 웃음거리밖에 안 됐을 테니까요.


기 용 가게를 홀과 주방으로 반분했지. 주방을 줄이고 테이블을 한 개라 도 더 놓고 싶었지만 보쌈과 막국수 메뉴를 준비하자면 기본 공 간이 필요했으니까. 재료와 반죽 통을 놓아둘 공간...막국수를 뽑 아서 삶을 무쇠솥... 요리와 온갖 양념통을 정리해둘 싱크대...보쌈 고기를 삶고 썰 수 있는 작업대...설거지하고 빈 그릇을 정리해 둘 설거지대...냉장고와 육수통을 놓아둘 구석...그렇게 기본 공간을 빼고 나니 홀은 겨우 테이블 네 개 놓을 공간밖에 안 남았어.


능수엄마 오늘날 우리 청산옥과 비교하니까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아잉교.


기 용 그렇게 시설을 끝내고 직접 보쌈과 막국수를 만드는 연습에 들어 갔어. 막국수만 해도 면을 뽑으려면 그 전에 배워야 할 과정이 많 았지. 가루를 배합하는 법...반죽해서 치대는 법...국수를 짜는 법... 삶는 과정에서도 가마솥 아궁이에 불붙이는 법...국수를 짜는 순간 불을 조절하는 법...짜기 직전에 끓는 물 숨죽이는 법...끼얹는 찬 물의 양과 조절 법...짠 직후에 막대기로 젓는 법...익히는 과정에 서의 타이밍 조절법...적절하게 삶아진 국수의 맛보기 식별법...사 리 트는 법...헹군 사리의 양 가늠 법...들어서 트는 법....양념치는 법...고명 얹는 법...육수 붓는 법...등등 이렇게.


미스 강 네, 사장님. 막국수만 해도 세분해 놓고 보니 할 일이 아주 많은 데요.


기 용 그리고 반죽의 요령도 맛에 영향을 미치지. 요즘은 기계로 반죽하 는 실정이지만 원래는 더운 물을 뿌려서 손으로 치대서 뽑은 국 수가 더 쫄깃거리게 돼 있어.


미스 강 네. 뭐니뭐니 해도 막국수는 솥에서 삶을 때의 타이밍이 맛을 좌 우하는 것 같아요. 몇 초만 더 삶고 덜 삶아도 씹히는 맛이 다르 잖아요.


기 용 그럼. 몇 초만 덜 삶아도 설어서 딱딱하고, 몇 초만 더 삶아도 불 어터진 국수처럼 물컹해지지. 씹는 맛이 쫄깃하려면 타이밍을 맞 춰야 하는데 찬물에 헹굴 때에는 손끝의 감각이 예민해야 먹어보 지 않고도 삶아진 상태를 알 수 있어. 참으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륜이 요망되는 게 막국수 삶는 솜씨지. 아내는 막국수를 뽑을 때 솥에서 건져낸 면이 제 맛이 안 나면 아낌없이 쓰레기통에 버 리곤 했어.


능수엄마 그 얘긴 전에 사모님한테 들었어예. 그 때가 또 제일 힘들었다꼬 예.


기 용 그뿐이 아니야. 사리를 틀어서 탕기에 담고 나서도 갖은 양념을 얼마만큼 신속히 올려야 적당한지...그 감각도 성패의 조건이 됐 어. 아내는 수저로 뜨는 양념의 양에 무척 신경을 썼는데 양념을 많이 뜨면 막국수가 짜고...적게 뜨면 싱거웠어. 통에 든 양념을 신속하면서도 양을 정확히 떠야 하니 모든 작업의 마디마디에 정 확도와 속도가 맛의 요소로 작용했어. 그 시시한 작업이 평생 모 은 재산을 한방에 날리게도 하고 맨주먹으로 부자가 되게도 하니 까. 그래서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하지. 백 프로에서 99.9프로는 0.1프로의 하자 때문에 망한다...


능수엄마 맞는 말이네예. 백만원을 채우는 데도 1원이 부족하면 백만원을 몬 만드니까 말이지예.


기 용 그렇게 개업 날이 왔어. 개업식은 규모가 창피스러워 친구 두세 명과 이웃집들 여남은 명만 불러 보쌈과 막국수를 대접하는 걸로 대신 했지. 그런데 첫날인데도 초대 손님보다 일반 손님 수가 더 많았어.


미스 강 원래 손님들이라는 게 개업집에 관심이 많잖아요.


기 용 그보다도 난 손님들의 반응이 궁금했어. 특히 일반 손님들의 반응 이...


미스 강 그러셨겠죠. 아무래도 초대손님의 반응이란 건 체면과 덕담이 끼 게 마련 아녜요. 일반 손님들이야 그럴 이유가 없지만요.


기 용 아무튼 가슴이 타들어가게 반응이 궁금했어.


능수엄마 그렇지예. 손님들을 붙잡고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지예.


기 용 시간이 지나자 한 사람 한 사람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손님 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난 감동 같은 게 어리는 걸 봤지.


소리1 (에코) 맛있어. 맛있는데.


소리2 (에코) 그래. 이 맛이야. 기가 막힌데.


소리3 (에코) 히트 치겠어.


기 용 이런 저런 칭송의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어. 어떤 손님은 이렇 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요, 하면서 엄지를 세워 보이기도 했지.


능수엄마 와. 대박. 그러니까네 대박 조짐은 개업 첫날부터 있었던 거 아잉 교.


기 용 거침없는 찬사에 나는 기쁘면서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보다 는 덕담으로 듣기로 했어. 개업 집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흥 분을 가라앉혔지. 내일부터는 정식으로 일반 손님들만 올 테니 그 들의 반응을 기다려 보자. 그들의 반응이 진짜 평가일 테니까. 그 래서 매상도 이웃들이 데려온 손님의 매상은 계산에 넣지 않고 일반 손님들이 팔아준 순 매상만 계산에 넣었어.


능수엄마 네에. 조짐이 좋다꼬 흥분하기보다 장사는 냉정해야지예.


기 용 식당은 개업하고 열흘 내로 결판이 난다는 게 내 소신이었어. 매 상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그어야지 평행이나 하향곡선을 그으면 망할 징조로 봐야지. 그런데 개업 다음 날은 두 배 가까운 매상이 오른 거야. 또 그 다음 날은 매상이 개업날의 네 배에 이르렀어. 테이블 네 개로는 감당할 수 없어 식탁 사이사이에 개다리소반을 놓고 손님을 받았어. 나머지 손님은 자리가 빌 동안 기다려야 했 지. 두 명이 앉아야 할 자리에 네 명이 좁혀 앉았지만 손님은 출 입문 밖에까지 줄을 서야 했어.


능수엄마 얄궂데이. 식당에 자리가 없어 애쓰기는 그때가 우리 청산옥의 시초 아잉교. 그기 내력이 돼서 오늘날까지도 이렇게 사람들이 줄 을 서고예.


기 용 속수무책이었어.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불어났어. 당장 주인집과 의논해서 살림방 두 개를 빌려 손님을 받고 직원 다섯 명을 구했 지. 방세는 달라는 대로 주기로 했구...두 달 후에는 장사가 안 되 는 옆 가게를 설득해 내보내고 벽을 헐었어. 그런 식으로 테이블 수를 늘려나갔지. 하지만 장소를 늘릴수록 손님은 더 밀려들었어. 우리 지역에 국내굴지의 재벌 회사들이 많다는 건 자네들도 알지. 한사람이 먹고 가면 이튿날에는 수십 명이 몰려 왔는데 그만큼 소문이 빠르게 전파됐다는 얘기 아니겠어. 어느 직원이 먹고 가면 금방 다른 부서로 소문이 퍼지는 식이지.


미스 강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녜요. 소문에 소문이 이어져 손님들이 늘 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는요.


기 용 개업 반년 만에 주인집을 아예 2층으로 이사시키고...아래층을 모 두 홀로 개조하고...개업 일 년 만에 옆집을 사서 자리를 넓혔어.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서 출입문 밖 길가에 돗자리를 쭉 깔고 소 반을 놓아 손님을 맞았지.


능수엄마 거기서부터는 지도 알아예. 지가 그 무렵에 청산옥에 들어왔잖응 교. 그캐서 지도 다 봤다 아입니꺼. 넥타이 맨 점잖은 손님들이 길가에 쭉 늘어앉아 일시에 문전걸식하는 거지꼴로 음식 드시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지예.(웃음 터뜨리는)


기 용 그 모습을 보며 지나는 행인들이 킥킥거렸더랬지. 능수 엄마 말대 로 넥타이 맨 사람들이 거지꼴로 길가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으니 까...(웃음)


능수엄마 그카고 그때의 풍경은 지금도 매한가지 아입니꺼. 바쁜 영업시간 에 우리 청산옥 입구에 서 있으모 다들 재밌는 구경 할 기라예. 골목으로 꺾어드는 행인은 거의 다 청산옥 손님이기 마련인데, 어 느 팀이든 일행 중에 한 사람이 먼저 청산옥으로 막 달려오잖능 교. 그캐서 선발대는 미스강이나 지한테 몇 사람의 자리를 예약시 키고 나서...늠름한 자세로 일행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이러잖


능교. 어, 자리 잡았어...


해 설 춘성옥은 개업 이태가 지나자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에 소문이 퍼 졌고 국내는 물론 해외 교포사회에까지 이름이 나는 바람에 체인 점 요구가 쇄도하기도 했다.


기 용 당신도 기억할 거야. 그 무렵 한 재벌 계열 건설회사가 자기네 사업장에 춘성옥 분점을 내달라고 요청해온 적 있었잖아. 어느날 외출에서 돌아오니까 당신이 흥분해서 말했어.


아 내 (에코) 아까 큰 회사에서 전화 왔는데 우리한테 분점을 내보는 게 어떠냐고 하던데요. 어마어마하게 시설을 꾸밀 건가 봐요. 백화점 에...호텔에...놀이공원까지 갖추는데...전국에서 소문난 업소 세 군 데를 특별히 초대하기로 했대요.


기 용 그리고 다음 날 내가 전화를 받았어. 회사 간부라면서 한번 만나 자기에 호텔에 가 직접 만났지. 가니까 회의실 벽에 청사진이 쭉 걸려 있었어. 간부가 나만 앉혀놓고 브리핑이라는 걸 하는데 대단 하더군.


아 내 생각나요. 그 사람들 만나고 와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론을 내렸잖아요. 분점을 내면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춘성옥에 소홀해 지기 십상이니 거절하는 게 맞다구요. 분점을 내어 기업적으로 확 대는 시킬 수 있겠지만 춘성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구요.


기 용 체인점에 대한 얘기는 뒤에도 또 있었어.


아 내 아, 당신이 뉴욕에 갔을 때요.


기 용 맞아. 여행 이틀짼가, 일행들과 떨어져 시내 구경을 하다가 뉴욕 중심가에 있는 한식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우리 동포 세 명이 바 로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거야.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누는 대 화 내용이 우리 춘성옥이야.


M 회상


남자1 자네 이번에 서울에 가면 춘성옥에 한 번 들러 봐. 음식도 음식이 지만 체인점에 대해 알아보라구.


남자2 한번만 가볼 게 아니라 몇 번은 가봐야 할 거야. 음식은 물론 시 설과 분위기까지 샅샅이 살펴야 할 테니까.


남자3 우리 과천 누님 말을 들으니까 그 집엔 일본 사람들도 많이 온다 고 했어.


남자2 보쌈김치가 그 친구들한텐 매울 텐데.


남자3 아니, 별로 맵지 않았대. 호고추를 쓰는 가봐.


기 용 (혼잣소리) 호고추 쓰는 것까지 알다니. 과천에 살고 있다는 누님 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우리 춘성옥에 와서 정보를 많이 캐간 모 양이지?


남자2 호고추만 가지고는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할 텐데?


남자3 호고추에다가 태양초를 섞겠지 뭐.


남자1 누님이 그것까지도 알아냈어?


남자2 가정주부가 그것도 모르겠나. 배합비율이 문제겠지.


남자1 하여간 일본 친구들도 대단해. 어느 새 그 춘성옥에까지 파고들었 을까.


남자2 그 친구들은 휴대용 김치통까지 들고 간다던데.


남자1 기내에서 김치냄새 날까봐 그러겠지.


남자2 춘성옥은 김치만 팔지도 않거니와 되도록 음식을 밖으로 내보내 지 않는다던데.


남자1 아마 외국인이라면 팔 걸?


남자2 하긴 그래. 멀리서 왔는데 원칙만 내세울 수도 없잖아.


M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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