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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소리 연재] <미친사랑>91회

2014.12.04 10:37

잔아 조회 수:713

-성북동 고급주택가에 대한 주민 여론

성북구 성북동에는 한창 고급주택이 건축 중인데 주택의 대지 규모나 시설 등이 일률적으로 호화스럽고 설상가상으로 서울시 불하 지역은 평당 60,000원 꼴인데다 거의가 차관 업체 소유주인 바, 이 주택가를 언필칭 제2의 도둑촌이라고 부른다 함.

내가 오늘 자넬 만나자고 한 것은

박 회장은 엄숙한 얼굴로 용해를 바라보았다.

자넨 이제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갖게 됐네. 정말 미나하고는 인연이 끝난 셈일세. 미나로선 한 점도 미련을 가질 수 없게 됐어. 그러니 이젠 자네가 미나를 구제해줘야겠는데, 그 방법을 논의해 보자고 자넬 불렀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하지, 미나와 사는 것.”

만약 이대로 지내다간 그 애는 완전히 썩고 마네. 나도 미처 몰랐어. 자네에 대한 미나의 애정을 과소평가했던 게 잘못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내가 자네에게 매달릴 걸 그랬어. 내가 적극적이었으면야 끝내 거절하진 못했을 것 아닌가. 자네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게 화근일세. 부산에서 처음 봤을 때 데려왔어야 하는 건데.”

아닙니다. 저에 대한 무관심은 잘하신 판단입니다. 저는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존잽니다. 세상을 비상식적으로 살 체질이거든요. 만약 그 사람이 끝까지 저와 살게 됐으면 더 큰 불행에 빠졌을지 모릅니다.”

이 사람아, 그 애한테 지금보다 더한 불행이 어딨겠는가.”

엄밀히 말씀드려서 그 사람은 지금 즐겁게 사는 겁니다. 그 사람의 삶 방식대로요. 다만 노리개가 필요한데 제가 그 대상이 되고 있잖습니까. 그것도 가장 질 좋은 노리개로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군.”

형님께서도 그 사람의 끼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사람은 불행한 게 아닙니다.”

자네 말은 꼭 미친 사람이 지껄이는 말 같아.”

그래서 상식적인 인간이 아니랬잖습니까.”

상식적인 인간이 아니면, 그럼 왜 이상한 사람이 되었는가?”

남들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지만 저는 고통을 추구하며 사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체질이 다르다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인간의 성격은 다 다르겠지만 자네만은 이해할 수가 없군. 내 동생이 하필 자네 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죄송합니다.”

암튼 모든 불상사가 내 탓임은 틀림없네. 자네들을 내 곁에 잡아두지 못한 탓. 그건 그렇고 경찰 봉급 이십 년치를 줄 테니 생각을 해봐. 큰돈이랄 순 없지만 작은 돈도 아니네. 만약 그게 약소하다고 여겨지면 삼십 년 치를 줄 용의도 있어. 장은하란 여자한테 흡족할진 모르지만. 그리고 자네한텐 회사 전무자리를 주겠네.”

화내지는 말게, 자넨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그럼 이만 가보겠네.”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시는 이유는미나씨와 차명구 전무를 결합시키기 위해 섭니까?”

판단이 빠르군. 자네도 사업을 해보면 알 걸세. 얼마나 인재가 필요한가를. 그래서 미나를 차 전무와 연을 맺게 해주고 싶은 거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멀리 떠나달라는 거네. 미나가 모르는 곳으로.”

박 회장은 벌떡 일어났다. 용해도 따라 일어나 그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벌써 밤이 깊었다. 박 회장의 승용차가 현관 앞에 멎고 비서가 문 곁에 섰다.

타게, 자네 집 근처까지 태워다주지.”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건 생각해보겠습니다만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알겠네, 자네 대답이 그럴 줄 알고 한 말일세. 그럼 잘 가게.”

박 회장은 차에 올라 용해에게 손사래를 쳐주었다. 갑자기 용해가 가여워보였다. 무모한 제안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나마 압력을 넣고 나니 한결 화가 풀렸고, 화가 풀리고 나니 용해가 가여워보였던 것이다.

아까운 사람인데. 그래도 할 수 없지.

박 회장은 차를 타고 가며 긴 숨을 내쉬었다. 곧 차선책을 강구할 작정이었다.

 

산고를 겪던 장은하가 몸을 풀자 용해는 방을 나왔다. 귀여운 딸이 출생하고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두려운 순간이었다. 용해는 장은하가 진통할 때마다 꼭 껴안아주다가 옆집 아줌마가 애를 받아내자 애기를 거꾸로 들고 궁둥이를 때렸다. 그제야 울지 않던 애기가 앵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기하늘? 괜찮은 것 같은데

용해는 미리 지어놓은 한글 이름을 거듭 외워본다. 어감이 좀 튄다 싶었지만 이름을 바꾸고 싶진 않았다.

옆집 아줌마에게 산모의 조리를 부탁해놓고 출근하니 경찰서 기동대 대기조가 웅성거렸다. 서울대생들의 구호가 정보부 해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원들에게 최루탄이 지급되었다. 방석복과 방석모로 무장한 대원들은 최루탄을 두 개씩양쪽 가슴에 찼다. 사과처럼 동그랗게 생겨서 대원들은 사과탄이라고 불렀다. 터져도 죽을 지경은 아니니 액세서리처럼 여겨졌다. 버스에 오르자 모두 시원하게 방석모는 벗었다. 금세 긴장이 풀어졌다. 눈을 감고 조는 대원도 늘어났다. 만날 하는 버릇이나 감독자들도 그러려니 했다.

나는 넥타이를 맨 복장으로 채증도구를 챙겨서 동숭동 소방서로 나갔다. 아직 대기조가 없어서 이층은 텅 빈 상태였다. 출동한 기동대원들은 도로가에 세워둔 버스에서 대기했다.

교내 동향은 아직 조용했다. 하지만 운동장에 감도는 기운이 밀려오는 먹구름처럼 불길한 예감을 풍겼다. 교내 운동장에서는 영차 영차 구호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수격인 학생들이 플랜카드를 펴들고 앞장을 섰다.

중앙정보부를 해체하라!”

계엄령을 해제하라!”

아직 학생들은 교문을 열지 않은 채 구호를 외치며 제자리를 맴돌았다. 교문 쪽으로 진격하면 버스에서 대기하는 기동대가 튀어나올 게 뻔했다. 정보2계 계장이 소방서 안으로 들어섰다. 어쩐지 그는 용해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용해가 인사를 해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육군 대위로 예편해서 곧바로 간부가 된 사람이다. 정상적으로 진급해온 계장들은 답답한 마음을 속으로 삭여야 했다. 군출신 간부가 섬세한 정보 업무에 젖으려면 숱한 세월이 흘러야 했다. 군대식 우격으로 밀고 나가면 오히려 업무의 조화를 해치기 십상이다. 경찰은 개성이 존중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섬세한 정서가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지성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법을 요리할 줄 알아야지 법을 뒤집어쓰고만 있어도 낭패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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